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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노년에 이룬 작가의 꿈

작성자 김정자 등록 2018.09.03 조회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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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노년에 이룬 작가의 꿈 

 

 

산남종합사회복지관서 공부…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결실`
87세 배재식씨 시집 `무명치마` 발간… “표현할 수 있어 행복”
78세 김희자씨 수필집 `제일 기뻤던 날` 발간… “내 꿈 이뤘다”
수필집 `제일 기뻤던 날`을 낸 김희자 할머니(왼쪽)와 시집 `무명치마`를 낸 배재식 할머니.
수필집 `제일 기뻤던 날`을 낸 김희자 할머니(왼쪽)와 시집 `무명치마`를 낸 배재식 할머니.
 


 

가난 탓에, 고된 시집살이 탓에 접었던 작가의 꿈을 희수(77)를 넘기고, 미수(88)를 앞두고 이룬 할머니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청주시 1인1책 펴내기를 통해 청주산남종합사회복지관 집현전 한글교실에서 글을 깨우친 배재식 할머니(87)는 시집 `무명치마`를, 집현전 글방 심화반에서 수필을 공부한 김희자 할머니(78)는 수필집 `제일 기뻤던 날`을 각각 세상에 내놨다.

내년이면 미수인 배재식 할머니(87)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일제강점기 시절 가난한 집안의 11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보은 배뜰 사립학교에 보냈지만 여자는 배워서 뭐하냐며 불호령을 내린 할아버지 때문에 입학한지 열흘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것이 배움의 끝이었다. 사랑방에서 글을 배우는 남동생을 한없이 부러워했지만 산더미 같은 일에 치여 글을 깨우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배 할머니의 평생소원은 글을 배우는 것이었다.

19세에 결혼했지만 층층시하 시집살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3남매 키우느라 낮에는 고무줄 공장, 밤에는 농사일에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고된 시집살이를 끝내고 3남매 자식 장성해 출가시킨 뒤 고희가 넘어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배재식 할머니는 “받침도 어렵고 뒤돌아서면 까먹기도 하지만 속에 갇힌 것을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글을 배우면서 써놓은 시 200편 중 골라 첫 시집에 넣었다. 허락하면 두 번째 시집을 내는 게 소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희수를 넘긴 김희자 할머니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다. 책을 읽느라 밥도 태우고, 삶던 빨래를 숯검둥이로 만든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그녀는 옷 사입으라고 엄마가 쥐여준 돈으로 책을 사볼 만큼 독서광이었다. 남부러울 것 없던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집안 사정으로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22세에 결혼했지만 그녀는 기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할 만큼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 그녀 나이 45세에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시어머니와 자식 생계를 위해 대학 매점에서 19년간 일했던 고된 삶 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바쁜 자식을 대신해 경북 영주에서 10년간 손주를 키워주다 6년 전 청주로 온 그녀는 지난해부터 산남종합복지관에서 본격적으로 수필 공부를 시작했고, 1년 만에 수필집을 냈다.

김희자 할머니는 “팔순 때 출판기념회를 하라는 자식의 권유로 수필공부를 시작했고 올해 수필집을 내 꿈을 이뤘다”며 “80세 생일에는 시집을 내는 게 소원이다”고 밝혔다.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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